‘성적’은 제대로 못 내고... ‘기적’ 바라는 한국 축구 신세
대한민국 축구가 마주한 위기와 희망, 그리고 시스템의 부재에 대하여
왜 지금 대한민국 축구가 'Hot'한가요?
최근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향한 시선은 응원보다는 우려, 환희보다는 한숨에 가깝습니다. 단순히 한두 경기 성적이 좋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우리가 이른바 '황금 세대'라고 부르는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와 같은 월드컵 4강 주역들에 비견될 만한 역대급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팀으로서의 완성도는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기 때문입니다.
클린스만 전 감독 체제에서의 전술 부재 논란부터 시작해, 최근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 훼손 문제까지. 대한축구협회(KFA)를 향한 팬들의 불신은 극에 달해 있습니다. 과거에는 실력으로 압도했다면, 이제는 약체라고 평가받던 국가들과의 경기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며 '요행'이나 '개인 기량에 의한 기적'만을 바라는 처지가 된 것이 현재 우리 축구의 뜨거운 감자입니다.
우리가 바라는 '기적'의 두 가지 얼굴
한국 축구는 역사적으로 고비 때마다 기적을 써 내려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우리가 바라는 기적은 과거의 그것과는 결이 조금 다릅니다. 제가 생각하는 기적의 종류를 두 가지로 나누어 비교해 보았습니다.
1. 시스템 기반의 기적 (The Systematic Miracle)
2002년 한일 월드컵이나 벤투 감독 체제에서의 2022년 카타르 월드컵처럼, 장기적인 플랜과 확고한 철학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2. 요행 기반의 기적 (The Fluke Miracle)
전술적 준비 없이 상대의 실수나 우리 선수의 압도적인 개인 능력 한 방에 의존하는 승리입니다. 최근 많은 팬이 우려하는 지점이죠.
현재의 대한민국 축구는 불행히도 후자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아시아 예선에서조차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경기 막판에 터지는 극장 골에 환호하지만, 그 내면에는 '이게 지속될 수 있을까?'라는 근본적인 의구심이 깔려 있습니다. 시스템이 무너진 자리에는 감독의 독단이나 선수 개인의 컨디션에 의존하는 도박 같은 축구가 자리 잡았습니다.
잔디 위에서 흘리는 땀방울이 기적이 아닌 성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현재 한국 상황과 축구의 상관관계
우리 축구가 처한 현실은 단순히 스포츠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한국 사회 전반에 퍼진 '결과 중심주의'와 '절차 무시'의 단면을 보여주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축구협회의 불투명한 행정은 공정성을 중시하는 MZ세대를 포함한 국민 대다수에게 큰 박탈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유럽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있는데 왜 우리는 약팀에게도 고전해야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명확합니다. 현대 축구는 더 이상 개인의 놀이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고도화된 전술적 시스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엔진(선수)을 가졌더라도 차(팀)는 제대로 달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행정은 80년대식 '정신력'과 '인맥'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게 됩니다. 관련한 비판 기사는 네이버 스포츠 공식 포스트 등 주요 언론에서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해결책: 기적이 아닌 실력을 쌓기 위하여
우리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더 이상 요행을 바라는 '침대 축구'나 '기도 축구'로는 월드컵 본선은커녕 아시아 무대에서도 살아남기 힘듭니다. 제가 생각하는 세 가지 핵심 해결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 행정의 투명성 확보: 감독 선임 과정부터 예산 집행까지, 축구협회의 의사 결정 과정을 공정하게 공개해야 합니다.
- 장기적 철학의 수립: 4년마다 감독을 바꾸며 철학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축구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정립하고 유소년 단계부터 일관된 교육을 시행해야 합니다.
- K리그와의 상생: 국가대표의 근간인 국내 리그를 홀대하고서는 기적을 바랄 수 없습니다. 리그 인프라 개선과 팬 서비스 강화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담담하게 전하는 마지막 소회
축구를 사랑하는 한 명의 팬으로서, 저는 우리 대표팀이 매번 이기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패배하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이 보인다면, 우리는 기꺼이 다음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과정은 실종되고 요행만을 바라는 축구가 계속된다면, 우리가 사랑하던 축구는 더 이상 우리에게 기쁨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기적은 준비된 자에게 찾아오는 선물이지, 준비 부족을 덮어주는 가림막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한국 축구가 다시 당당하게 '성적'으로 말하는 날이 오기를 담담히 기다려 봅니다.